Better English
최근부터는 단순히 영어를 수정한 커밋 메시지는 ‘better English’라고 남긴다. 뭐라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쓰는 사람을 발견하곤 따라하고 있다.
2003년도에 The Sleeping Dictionary라는 영화가 있었다. 흑발 글래머 제시카 알바가 주연으로 나오고 ‘역시 언어는 연애다’라는 훈훈한 교훈을(?) 주던 영화였다. 신체 건강한 상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별로 건강하지 않다.
누군가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 계속 지적질을 해주면 참 좋겠다 싶었다. 그럼 재밌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금발 글래머라면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 지적질 도구라도 좋다.
나는 우리말 쓰기에 있어서 우리말 배움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글도 우리말 배움터가 없으면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도구덕분에 글쓰기가 향상된다기 보다 그냥 꾸준히 쓰면 는다. 하지만 우리말 배움터가 없었다면 용기가 없어 글을 써보려고도 못했을 것 같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문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괴롭혔을 것이다.
영어로 글을 쓸 기회를 만들기란 정말 쉽지 않은데, GitHub 덕분에 조금이나마 기회가 늘고 있다. Progit 원문에 틀린 점을 찾아서(겨우 단어 두 개 바꿨는데) PR을 보냈는데 바로 문법이 틀렸다고 다른 분이 고쳐줬었다. 이럴 때는 ‘우리말 배움터’가 많이 아쉽다.
도구의 한계는 분명하다. 단순한 것밖에 지적해주지 않는다. 나는 ‘우리말 배움터’같은 도구가 그 자체로도 유용하지만 자신감도 불어넣어 준다고 본다.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 익히는 수준을 넘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질 수 있겠지만, 글래머도구가 있으면 좀 더 쉽다. 용기도 주고 지적질도 해준다. 한계는 분명하지만 분투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엔지니어의 글쓰기
Software For Writers: Tools To Improve Your Writing라는 글에서 엔지니어의 글쓰기는 “Be brief, Avoid adverbs.”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 글은 영어 쓰기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도구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디에 쓰는지를 소개하는데 재밌다.
이 글에서 하는 조언은 아래와 같다.
Spell Checking
철자 검사기는 최신 에디터나 브라우저에서는 대부분 지원한다. 메뉴를 찾아보면 해당 메뉴가 있을 거고 철자가 틀린 경우 빨간 줄도 그어준다.
VI나 ‘Emacs’같은 경우는 ‘aspell’이나 ‘hunspell’을 사용하면 된다.
Weasel Words
얼버무리는 말, 모호한 말 - 다음 사전
예) many, extremely, interestingly, surprisingly
분명하게 쓰라는 거다.
- Weasel words를 쓰지 말 것.
- 수동태를 쓰지 말 것.
영어의 수동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아래와 같은 글은:
“The Yankees are one of the greatest baseball teams in history”
이렇게 고치는 게 좋다:
“The New York Yankees have won 26 World Series championships—almost three times as many as any other team”
Matt Might라는 Utah대 교수는 Weasel Words와 수동태를 검사하는 쉘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writegood-mode는 이 스크립트를 보고 만들어졌다.
Clichés
진부한 표현, 진부한, 판에 박은 문구 - 다음 사전
이것도 쓰지 말란다. 조지 오웰의 글도 인용하고 있다.
Never use a metaphor, simile, or other figure of speech which you are used to seeing in print. - George Orwell,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되도록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게 좋다고 한다.
Cliche finder라는 도구로 쉽게 내 글에 얼마나 Cliche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Grammar Checking
문법 검사야말로 꼭 필요한 도구다. 나는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We is
라든가 a editor
라든가 하는 실수가 잦다. 문법 검사 도구는 앞으로 계속 유용하게 쓸 것 같다. 단순히 문법 검사만 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검사해준다:
- https://www.languagetool.org/ 은 오픈 소스 도구다. 많은 언어를 지원하지만 한국어는 없다. 웹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설치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Mac이라면
brew install languagetool
으로 설치한다. - http://nitpickertool.com/ 도 LanguageTool과 비슷한데 결과가 다르다. 아직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떤 도구가 더 좋은지 모르겠다.
Readability
미국인의 평균 읽기 능력은 7~8학년 수준이라서 그 수준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한다. 내 고민은 수준과 상관없이 많이 쓰는 것이라서 이 부분을 살펴보면서 긴장이 풀렸다. 쉽게도 쓸 수 없는데 뭐 이 정도 쯤이야,ㅎㅎ.
Wikipedia의 Readability에 따르면 인기 있는 TV Guide와 Readers Digest는 9학년 수준 정도로 쓰였고 “Wallaces’ Farmer”라는 잡지는 1947년에 9학년 수준에서 6학년 수준으로 낮추었더니 Readability가 43%나 상승했었다고 한다.
번역의 탄생에서 배웠던 것 중 대부분 까먹었지만, 같은 말이면 짧게 쓰라는 말은 잊지 않고 있다. 같은 뜻이면 가장 짧은 표현이 옳다고 믿는다. 영어도 그런 게 아닐까.
영어에는 신비롭게도 Readability를 검사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 놀랍다. Readability를 검사하는 알고리즘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언젠가 한번 구경하고 싶지만,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안될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은 굳이 Readability 평가하지 않아도 어렵게 쓸 수 없다는 사실에 일이 준 것 같아서 잠시 좋았다(?).
Readability를 평가하는 몇 가지 지표가 있는데 writegood-mode에서 내장된 두 가지 지표만 소개한다(살펴봤다). 실제로 이 두 지표가 중요 지표인 것 같다.
Flesch–Kincaid Grade Level: 미국에서 사용하는 등급으로 10까지는 대충 그 학년까지 수학한 수준을 의미하고 10 이상은 측정하기 어렵다.
Flesch-Kincaid Reading Ease: 이 수치는 낮을수록 높은 수준이다:
90.0–100.0
: 11살 학생 수준.60.0– 70.0
: 13 ~ 15 살 학생 수준.0.0– 30.0
: 대학생 수준.
https://readability-score.com/ 에서 내 글의 Readability를 검사해볼 수 있다. 내가 README에 썼던 문장을 넣으면 8~10정도 나온다. 컴퓨터 용어라서 그런가!! 이해할 수 없다.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지키면 도움이 된다는 건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끝없이 부끄러웠다. 알고 있지만 잘 실천하지 못한다.
Software For Writers: Tools To Improve Your Writing에서는 필자의 체크리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체크리스트는 가장 우수한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없어지고 바빠지면 흐지부지돼버린다.
Javascript
이글은 write-good이라는 모듈을 발견해서 쓰게 됐다. 우리말 배움터를 상상하고 여기저기 뒤져보니까 정말 있었다.
Javascript 라이브러리들:
- write-good: weasel words와 수동태 등을 검사.
- rousseau: write-good과 비슷.
- node-spellchecker: atom의 spellchecker
찾아보면 더 많을 것 같다.
Emacs
Emacs에는 관련 도구들이 잘 통합돼 있다.
- langtool-mode: “Language Tool”을 Emacs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mode
- writegood-mode: Weasel words나 수동태를 쓰면 다른 색으로 표기해준다.
- artbollocks-mode: writegood-mode와 비슷하다는데 써보지 않았다.
Spell Checker
Emacs에서 Spell Checker는 Aspell이나 Hunspell을 연동해서 쓴다. What is the best spell check set up in emacs이란 글에서 설명해주는데 설명이 기가 막히다. Aspell이 더 좋다고 설명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설명한 대로 했는데 잘 모르겠더라.
Hunspell을 사용하면 사전을 추가로 설정해야 하는데 https://github.com/titoBouzout/Dictionaries 에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사전을 내려받아서 ~/Library/Spelling
에 넣어 준다. en_US.aff
, en_US.dic
처럼 적당한 이름으로 바꿔서 넣는다.
Homebrew로 설치한 Aspell은 왠지 사전을 요구하지 않아서 찾아보지 않았다.
유료
사서 쓰면 편하겠지. 금발 글래머가제시카 알바가 그래머(Grammar)를 지적해줄지도 몰라.
참고
이 글은 아래 세 글을 정리한 것이다.